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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

형사합의금, 보험자가 보상해야 할 손해에 포함


   불법행위의 가해자에 대한 수사 과정이나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자동차종합보험계약에 가입한 가해자로부터 합의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받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를 한 경우에, 그 합의 당시 지급받은 금원을 특히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받는 것임을 명시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그 금원은 손해배상금(재산상 손해금)의 일부로 지급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으로 위 금액 상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 1996. 9. 20. 선고 95다53942 판결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94. 4. 25. 피고와의 사이에 그 소유의 승용차에 관하여 보험기간을 1994. 4. 25.부터 1995. 4. 25.까지로 한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원고는 1995. 1. 20. 19:40경 위 차를 운전하다가 소외 김양근을 충격하여 사망케 한 사실, 원고는 위 사고로 구속기소되어 있던 중 1995. 2. 11. 위 망인의 유족과 형사상 합의하고 망인의 아들인 소외 이영길에게 금 10,000,000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고, 위 보험계약에 따라 위 금원 상당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자동차종합보험약관인 을 제1호증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피보험자인 원고가 사고차의 운행으로 남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여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가 지급한 위 돈은 자신의 형사책임을 가볍게 하고자 망인의 유족과 형사상 합의를 하면서 지급한 형사합의금이어서 위 사고로 인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 인한 손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 회사가 보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행위의 가해자에 대한 수사 과정이나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합의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받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를 한 경우에, 그 합의 당시 지급받은 금원을 특히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받는 것임을 명시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그 금원은 손해배상금(재산상 손해금)의 일부로 지급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1988. 5. 24. 선고 87다카3133 판결, 1991. 8. 13. 선고 91다18712 판결, 1994. 10. 14. 선고 94다14018 판결, 1995. 7. 11. 선고 95다8850 판결 참조)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지급한 원심 판시의 이 사건 형사합의금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금(재산상 손해금)의 일부로 지급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고, 한편 원심이 배척하지 않은 갑 제1호증(합의서), 갑 제3호증의 1(통지서), 을 제2호증(합의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위 합의금을 망인의 유족에게 지급함에 있어 '피해보상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였고, 1995. 2. 15. 피고 회사에게 위 합의금의 지급사실을 통지하고 그 금액 상당의 지급을 청구하기까지 하였으며, 피고 회사는 그 후인 같은 해 3. 9. 망인의 유족과 법률상 손해배상액 일체를 12,180,000원에 합의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형사합의금은 위 약관에서 정한 '사고차의 운행으로 남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여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지급된 것이고, 그 지급 목적이 형사상 처벌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의사표시를 얻어내기 위한 소위 형사상 합의에 있었다 하더라도 사정이 달라진다고 할 수 없다. 피고는 위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으로 위 금액 상당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음이 분명하다. 원심은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하였다 할 것이고, 상고이유는 이 점을 지적하는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박만호 김형선 이용훈(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