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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

과실상계에서 과실의 의미


   과실상계에서의 과실은 가해자의 과실과 같이 의무위반이란 강력한 과실이 아니고, 사회통념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동생활에 있어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를 가리키는 것을 말합니다.

예컨데,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경우, 횡단보도를 횡단함에 있어 차량이 오는 쪽의 안전을 소홀히 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간 부주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7. 12. 9. 선고 97다43086 판결
【이유】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혈줄알콜농도 0.07%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여 대구 경북대 북문 쪽에서 북현오거리 쪽으로 노폭 21m인 편도 3차선 도로의 1차선 상을 시속 60 내지 70km의 속도로 가다가 소외 권태희와 함께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가던 소외 김승현을 들이받아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하고 도주한 사실, 사고 당시는 야간이고 부근에 가로등이 없었으나 횡단보도 상의 물체는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고 통행하는 차량도 별로 없었던 사실, 피고는 위 도로의 2차선 상으로 진행하고 있던 영업용 택시를 추월하여 횡단보도 중 1차선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진입하였고, 망인은 횡단보도를 중앙선 부근까지 건넜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망인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횡단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위 승용차가 진행하여 오는 것을 미리 원거리에서부터 확인하여 안전을 도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사고의 경위를 보더라도 망인이 위 승용차의 비정상적인 운행을 미리 예견할 수 있었거나 그에 대처하여 사고를 피할 시간적·공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망인에게는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과실상계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불법행위에 있어서 피해자의 과실을 따지는 과실상계에서의 과실은 가해자의 과실과 달리 사회통념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동생활에 있어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대법원 1983. 12. 27. 선고 83다카644 판결, 1992. 11. 13. 선고 92다14687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확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지점은 횡단보도이기는 하지만 교통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곳으로 노폭 21m인 편도 3차선의 비교적 넓은 도로이고, 사고 당시는 밤이 깊은 21:50경이며 부근에 가로등도 없어 횡단보도 상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면, 위 망인에게도 횡단보도를 횡단함에 있어 차량이 오는 쪽의 안전을 소홀히 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간 부주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피고의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이러한 망인의 과실을 참작했어야 할 것인데도 이를 참작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가 있다.
2.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재산상 손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최종영 이임수 서성(주심)